일반 스타트업 투자자는 시장 크기와 성장 가능성을 보지만 ‘미스크’는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한다. 주로 노인·장애인·경단녀·탈북자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김정태 대표는 “오래 꾸준히 살아 남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한다”고 말했다.

미스크 김정태 대표는 “우리는 오래 꾸준히 살아 남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합니다. 여기는 돈의 색깔이 좀 다릅니다. 여기엔 인간적인 돈이 흐릅니다”고 말했다.
김정태 ‘MYSC(Merry Year Social Company·이하 미스크)’ 대표는 최근 새로운 투자를 결정했다. 경력단절녀(경단녀)나 전문재능이 있는 인재와 아이들의 그룹놀이를 연계한 소셜벤처 ‘룹킨’에 인큐베이팅을 시작한 것. 모두 6차례 만나 사업 방향과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룹킨의 오경은 대표는 미국 파슨스에서 디자인경영을 전공했다. 미국과 한국의 놀이 문화를 비교하며 효율적인 방법을 찾다 아예 회사를 설립했다.

사업 모델은 놀이서비스이다. 온라인으로 놀이전문가와 아이들을 연결해준다. 기존 모델과 차이는 두가지다. 먼저 디자인 사고가 나온다. 스탠포드대학에서 개발해 확산시킨 방법론이다. 정답이 없는 사회에서 답을 찾기 위해서 창조적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김정태 대표는 “어떤 문제가 나올지 파악조차 어려운 사회다”라며 “게임과 대화를 통해 아이의 사고력을 키워 주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며 스스로 답을 찾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시간이 충분한 고학력자가 필요하다. 고학력 경단녀를 모아 교육을 시킨 다음 가정에 연결해 줌으로 경단녀 사회 진출과 보육을 함께 해결하는 사회적 기업 모델이다.

김정태 대표는 “이 회사에 관심을 보인 벤처캐피털(VC)인 웰스인베스트먼트와 공동 투자했다”며 “회사 경영 시스템, 재무구조, 인사제도 지원도 함께 진행 중인데, 창출될 사회적 임팩트가 크게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팩트 투자 및 컨설팅 기관

미스크는 2011년 설립된 임팩트 투자 및 컨설팅 기관이다. 정진호 웰스인베스트먼트 회장, 윤영각 전 삼정KPMG 회장, 김동호 사단법인 PPL 이사장(전 열매나눔재단 이사장), 이철영 아크투자자문 대표이사 등이 주주로 참여 중이다. 김 대표는 2007년부터 유엔 경제사회국(UNDESA) 산하기관 유엔거버넌스센터(UNPOG)에서 5년간 홍보 담당관으로 일했던 국제기구 종사자다. 주로 노인·장애인·경단녀·탈북자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투자한 기업은 7곳이다. 이 중 ‘메자닌아이팩’과 ‘요벨’은 북한 이탈 주민 지원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다. 메자닌아이팩은 2008년 탈북자 및 사회 취약 계층의 자립을 돕기 위해 설립된 사회적기업이며, 요벨은 탈북 청년 5명이 2014년 창업한 카페다. 메자닌아이팩은 2013년 미스크의 투자를 발판삼아, 현재 50억원가량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전체 직원 40명 중 15명이 탈북자다.

서울시의 사회성과연계채권(이하 SIB) 운영기관인 팬임팩트코리아에 투자한 것도 같은 이유다. 서울시는 7월 ‘공동생활 가정 아동교육’을 시작했다. 대상은 IQ 71~84 사이의 경계선 지능 아동이다. 이들은 대개 정서 불안과 따돌림, 학습 부진을 겪는다. 주목할 점은 운영 방식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회복지기관의 운영자금을 시가 아니라 민간 투자자가 제공한다. 3년이란 기간 안에 일정 성과를 거두면 서울시가 사업비에 이자를 더해 민간 투자자에게 지급한다. SIB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아시아에선 이번이 첫 시도다. 채권에는 UBS증권과 임팩트 투자 기업 미스크가 참여했다. 서울시 입장에선 행정비용 낭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민간에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할 수 있다. UBS 증권은 상품을 소개받은 지 5분 만에 투자를 결정했다. SIB 성공 때 수익률은 33%다. 김 대표는 “사회 문제가 다양해지면서 공공기관의 힘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일이 늘고 있다”며 “현실적인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하나의 도구라고 생각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대상으로 사회 혁신 컨설팅을 하면서 소셜 벤처와의 접점을 만들어주는 것도 미스크의 중용한 역할이다. 기자가 성수동 미스크 사무실을 찾은 8월 3일에도 김 대표는 대학생 수십명과 함께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교통약자와 친환경 교통문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만들어 발표하는 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인문·공학·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일종의 아이디어 발표회이다. 미스크가 학생을 모아 행사를 진행하지만 주최기관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자동차 공유가치창출(CSV) 활동의 일환이다. 이는 사회이슈 솔루션 도출에 전문가인 미스크와 다음 세대의 주역인 대학생이 함께 협력하여 자동차 생태계 내 사회이슈에 대한 솔루션 도출을 함께 마련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소셜 벤처의 성공은 다양한 기업과의 협업에 있다”며 “소셜 벤처가 활동할 수 있는 지경을 넓혀주는 일도 우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투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략적인 파트너쉽을 만들어 가며 시장을 키워야 한다. 미스크는 현대차 외에도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 중이다. 이랜드그룹이 동구밭(발달장애인 사회성 함양을 위한 텃밭 교육 프로그램 운영), 빅워크(걷기만 하면 기부되는 어플 제작), 바이맘(난방텐트 제조), 요벨 등 4곳의 소셜 벤처와 협업하도록 이끌었다. 다음카카오와는 아시아소셜벤처경진대회를 열어 우수한 사회적 기업을 함께 발굴하고 있다. 김 대표는 “대기업과 소셜 벤처가 공동 사업을 하면서 궤를 맞춰보고, 이후 조인트 벤처나 인수합병(M&A)으로 나아가 비즈니스 규모를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스크는 지난 3년간 수익률 33%를 올렸다. 연 수익률 11%를 기록하자 연락해 투자처를 문의하는 VC가 늘었다. 김 대표는 여기에 사회적 가치도 있다고 강조했다. 사회 소외계층이 우리사회에서 건강하게 자리잡고 생활한다는 것은 사회적 비용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점이다. 연락해온 VC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한다. “임팩트 투자는 인내투자라고도 합니다. 5년 정도 기다리며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지원해야 합니다. 일년만에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와는 함께 일하기 어렵습니다. 관심 보이다 기간 때문에 돌아서는 사례도 종종 있습니다.”

투자 대상도 마찬가지다. 인내가 중요하다. 투지와 끈기를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한다. 예측 모델이 없는 사업이다. 힘들다고 그만두지 않고 계속 매달려 있으면 함께 일할 확률이 높아진다. “우리는 사회적 기업에 투자합니다. 일반 스타트업은 시장 크기와 성장 가능성을 봅니다. 우리는 성장보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가치를 중시합니다. 오래 꾸준히 살아 남아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을 찾아 투자합니다. 여기는 돈의 색깔이 좀 다릅니다. 여기엔 인간적인 돈이 흐릅니다.”

– 조용탁 기자 ytcho@joongang.co.kr·사진 장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