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가 최근 투자한 패션 전문 벤처 ‘PPB Studios’의 CEO 유주형 대표를 최근 만났다. 이 회사는 아시아 20대 여성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브랜드 ‘Chu’로 고속 성장하고 있는 기업이다. 서울 성수동 본사의 1층 카페는 관광 명소가 됐다. 아시아 각지에서 이 브랜드를 사랑하는 젊은 팬들이 몰려오고 있다.

유 대표가 건네는 명함에는 ‘독재자 CEO, 유주형’이라고 찍혀 있었다. ‘전문성에는 독한 열정으로 독재자가, 직원과의 관계에는 온유한 마음으로 독재자가 되지 말자’는 역설적인 다짐이라고 했다.

나는 독재자 CEO에게 왜 패션업에 뛰어 들었는지, 회사의 비전과 핵심가치는 무엇인지 물었다. 대답이 의외였다. “지금 하는 일과는 별도로 언젠가 신학도로 하나님의 일을 하고픈 막연한 비전이 있다. 회사는 성장가도에 있지만 일터에서 하나님이 원하시는 비전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일과 신앙사이에서 ‘분리의 갈등’을 느끼는 선한 청년 CEO였다. 온유한 리더가 되려는 노력이 분명하게 보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당신의 일터가 교회요, 신학교요,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200명의 젊은이들이 일하는 이 직장, 아시아의 20대 젊은이들이 당신의 브랜드를 직접 보려고 연일 몰려드는 이곳은 중요한 사역지입니다. 새벽이슬 같은 청년들을 잘 섬기라는 하나님의 소명을 당신에게 주신 것입니다.”

초면인 그 CEO에게 내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나도 젊었을 때 똑같은 문제로 고민했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전문가였던 나는 ‘액츠펀드’라는 기독교적인 회사를 창업해 경영하면서도 “이건 돈벌이용이고 언젠가는 은퇴해 오직 하나님의 일을 하는 것이 진짜 신앙”이라고 생각했다. 일과 신앙의 이분법적인 프레임 속에 갇혀있었던 것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일터에서 일만 했던 것에 대한 정죄감을 헌금과 봉사로 해소하며 언젠가는 선교사로 나가야지 싶었다. 꽤나 긴 시간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다 인생 후반에 새로운 기회를 주셔서, 작년에 뜻을 같이하는 공동파트너들과 함께 ‘더웰스벤처투자회사’를 설립했다. 국제투자 경험과 신앙의 연륜이 있다며 나를 대표로 세워주었지만, 일과 영성의 가치관으로 경영하는 데에는 부족함을 느낀다. 빨리 성공해 창업투자 업계를 선도하겠다는 조급함도 있고 편법의 유혹에도 눈길이 간다.

그런 와중에 올 초 신명기 말씀을 만났다. “그러나 네가 마음에 이르기를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내가 이 재물을 얻었다 말할 것이라. 네 하나님 여호와를 기억하라. 그가 네게 재물 얻을 능력을 주셨음이라”(신 8:17∼18).

어쩌면 그 청년벤처가의 ‘독재자 CEO’ 명함은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독재가가 아닌 겸손히 섬기는 자가 되라” “내 능과 내손의 힘을 자랑치 말고 여호와를 늘 의뢰하라”는 메시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년에는 신앙과 일 사이에서 갈등하는 젊은 벤처사업가들과 함께 고민하며 회사의 비전을 나누는 워크숍을 해보고 싶다. 젊은 독재자 CEO들이여 오라. 두려워말고 일터에서 함께 도전해 나가자.

정진호 장로 (더웰스인베스트 회장)

약력=△전 푸르덴셜증권 사장 △전 한국투자자문협회장 △에셋코리아펀드 설립자 △미스크(mysc) 설립이사 △현 온누리교회 재정위원장